5월 포도밭에 나가서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다 보면 심심해진다. 다른 농장분들을 보면 하루 종일 떠들어 되는 라디오를 켜 놓거나 삼삼오오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대화상대가 있으니 덜 심심하시리라. 근데 ~~ 우리 농장에는 심심한 나를 위해 초초특급 라이브로 콘서트를 열어주는 애기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 그들은 나를 위해 때론 잔잔하게 때론 다급한 소프라노 하이톤으로 또 때로는 반복적인 구애의 노래를 불러주어 심심하지 않다. 꾀꼬리, 뻐꾸기, 꿩, 산비둘기, 이름 모를 귀요미들은 하루 종일 나에게 자기들의 노래를 들려준다. 나는 이들에게 값비싼 라이브콘서트 티켓값을 유기농 보리로 대신하고 있다. 이제 보리가 여물어 가니 우리 포도 농장을 방문하는 작은 새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